'새싹아반가워'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20.07.22 #03. 반가워, 그리고 고마워..!

 

동문회 이벤트에 참여했더니 선물을 하나 받았다.
그 선물은 바로바로~
똥손들도 반려식물에 쉽게 접근 할 수 있다(알려져있)는 수경재배 kit였다. 

선인장도 아사 시키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마이너스의 손인걸 아는지라
'이번에도 죽이면 어쩌지?' 라는 걱정반
'이번엔 좀 잘 살려보지 뭐~!' 라는 설렘반으로
식물의 효능과 잎사귀의 모양, 물갈이 주기, 잘 자라는 환경등을

꼼꼼히 비교해서 식물 하나를 골랐다. 
기대하는 마음으로 배송을 기다렸다. 

"띵-동, 택배입니다!"

며칠 후, 배송이 되고 나서 재료를 본 순간 한숨을 푹 쉬었다. 
배송 된 재료를 보니 식물이 화분에 심겨져있고,
자갈과 수경재배 화분이 따로 왔기 때문.
수경재배 kit를 제대로 이해못했던터라 (..)('') 
원래는 화분에 심겨져 있었던 아이를 옮겨줘야 한다는 걸
식물을 고를 때까지도 인지하지 못했다. 허허.
(그렇지, 물에 담아 배송할 순 없을테니까.., 엉뚱아 정신차려.)

화분을 받기 전엔 설레었지만, 막상 받고나서
한 번 더 손을 들여야 한다니 매우 귀찮아졌다. (사람마음이란.. 흠..)

그럼에도...!
(빠른 시간에 극뽀옥-!)

재료들과 설명서를 읽어보기 시작했다.
원조 똥손인 내가 나름 정성을 들여 설명서에 적힌 순서에 따라

뿌리가 보이도록 흙을 털어내고, 깨끗하게 닦아내고,
자갈을 닦아내고, 수경재배 화분도 닦고, 
물도 자작~하게 부어서 화분을 완성해 두고
빛이 잘 드는 거실 식탁에 새로운 자리를 마련해주었다.
식물 하나로 집안 분위기가 달라지고, 싱그러워지는걸 보니
귀찮음을 이기고 화분을 만들어낸 내가 참 기특했다. ㅎ  

그리고 나서 며칠이 지났을까? 

정성스레 심은 식물의 초록색이었던 잎들이 노랗게 변하면서
하나씩 아래부터 짓무르고 픽픽 고꾸라지는 게 아닌가..? ㅠㅠ

'안----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너무 미안하고 속상했다. 자괴감도 들었고.
'키우기 쉽다매요...' 라며 남탓을 해보기도 했고. 하하.

'그래, 내가 그럼 그렇지..' 
'이번 화분도 잘 보내줘야 하나보다..' 라며 포기하려던 순간, 
마지막 희망으로, 정원과 식물가꾸기를 잘 아는 지인에게 사진을 보여주고,
식물이름도 말하며 여차저차 얘기를 꺼냈더니
바로 적절한 조언을 해주었다. 

"지금 식물이 놓인 그 곳이 그 식물이 필요로 하는 빛에 비해
너무 많이 들어오는 건 아닌가요? 이 아이는 반양지에서도 잘 자라거든요.
그리고, 물을 너무 가득 채우지마요.
뿌리가 숨을 쉬어야, 그리고 줄기가 물에 닿지 않아야 무르지 않을거에요."

물론...............................................
'뭐시라? 빛이 너무 많다고? @_@
모름지기 식물은 빛이 중요한거 아니니?' 
'물이 너무 많다고? 물 높이에 대한 설명은 딱히 없었는데...' 라는
오만가지 생각이 0.00001초 만에 파바박 떠올랐지만,
그녀는 초록이들을 잘 가꾸는 그린썸 (Green Thumb)인걸 알아서
그녀의 조언에 따라 그 날 집에 와서 무른 잎을 떼주며
물을 좀 버렸고, 무엇보다 빛이 좀 덜 드는 곳으로 옮겨주었다. 

며칠이 지났고,
그래도, 별 차도가 없기에..
내가 너무 잘 못 가꿨나보다,
마지막 날까지 최선을 다해 가꾸다 보내줘야지.. 라는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아침마다 인사해주고, 
살아줘서 고맙다는 말들과 마음을 전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 주 초, 
물갈이를 해주려고 보니 이게 웬 걸!
새싹이 아주 빼-꼼, 인사를 하는 게 아닌가...!!!!!!! (오예!!!!!)

어찌나 반갑던지-!!

반가운 마음보다 더 큰 건 고마운 마음이었다.
그 몰아치는 환경 속에서 잘 살아내 준 그 아이에게 참 고마웠다.

'네게도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했구나,
물도 바뀌었을 거고, 빛도 바뀌었을 거고, 
가꾸는 사람도 바뀌었네.. 
게다가, 뭘 잘 몰라서 너에게 좋을 거라며 해준 것들이
너에겐 힘이 드는 일이었다니..ㅠㅠ
미안해, 그리고 고마워..!'

.. 오늘 아침 보니 새싹만 올라오는 게 아니라
줄기에서 새 잎이 돌돌 말려서 올라오기도 한다. 

잘 부탁해, 그리고 잘 지내보자! ;-)

 

Posted by 이상한 나라의 엉뚱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