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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0.08.06 #05. 너라서, 1

Just the way you are

 

10년 전, ADHD를 진단 받던 날, 
'그간 힘들었던 게, 이거 때문이었어?'
라는 후련함이 드는 한 편, 
'그래도 내가 그리는 내 모습은 이게 아닌데..'
라는 슬픔과 못마땅함의 마음이 함께 드리웠다. 

그래서 존재의, 그 성향의 못마땅함을 고쳐보려고
이것저것 시도도 많이하고, 
그들이 말하는 '보통'의 삶을 살아보려고 많이 애썼는데..

10년이 지난 지금 다시 돌이켜보면
분명, 애쓰는대로 바뀌는 부분도 있었고,
훈련하면 나아지는 부분도 있었지만,
아무리해도 바뀌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특히, 집중하기까지 정말 오랜 시간이 걸리는 부분!)

안바뀌는 모습을 직면할 때마다 
'내가 그렇지 뭐..' 라면서 
스스로를 채근하고
많은 시간, 우울의 늪으로 빠지곤 했다. 

또 조금 나아진 어느 때엔
'그래! 이게 뭐 어때서,
다 적응하며 사는거지.. ' 라면서
자기 위안을 하기도 했었다.

이제사, '그럴 필요가 전혀 없었는데..' 라고 하지만, 
그 땐 그렇게 온탕과 냉탕을
수도 없이 오갔던 것 같다.

물론, 지금도 모두 자유하진 않다. 
어찌나 못마땅한 부분이 많은지, 
머리를 콩 쥐어박을 때가 더 많고,
왜 이따위(?)로 태어났나, 원망스러울 때도 많다. 

그래서, 오늘도 주문처럼 외워본다. 

'있는 모습 그대로 예뻐, 너라서.'

오랜만에 요란하고,
긴 장마를 겪어내며
더 선명하고 명료해진다.

이 하루 중에도
정말 이게 장마인가 싶을정도로
반짝 해가 나는 때가 있는 한 편,
너무 습해서 가만히 있어도 정수리에서부터
땀이 줄줄 흐르는 것이 느껴지기도 하고,
우산이 뒤집어질만큼
바람이 세차게 불었다가도, 
위에서 바가지로 물을 붓는듯 
비가 쏟아지다가도 결국엔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기도 하지 않는가.   

그러니, 기억하자.

궂은 때에도
맑은 때에도
예뻐, 


그저, 너라서.

 

Posted by 이상한 나라의 엉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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