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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4.20 [이상한 나라의 엉뚱이] 분명 오늘도 60점의 하루, 10


#1.

오늘도 별 다를 건 없었다.
젠장, 아침에 괜히 가방을 바꾸는 바람에
약주머니를 두고나와
버스정류장에서 다시 집으로 돌아와선
왕복 30분의 시간을 버린 것,
그래서 여유있게 나왔다가도
교회에 지각한 것 말고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웃고 있었다..

'내가 그렇지 뭐..'
(예전 같았으면 쌍욕을 했을거다;;;)



'무슨 일이 있어도 약을 챙겨먹는다'는 건
내 치료가 시작되고 난 뒤 2년이 지난뒤에
생긴 나의 철칙이다.
(물론 초기부터 강조하셨던 부분이다만;)

나의 치료와 회복 과정이
'그냥 그런' 자세였다면,
"젠장, 내가 그렇지 뭐- 다시 집으로.."보단
"오늘 저녁에 먹지 뭐" 라는 가벼운 생각을
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다가 난, 몇주째 왔다리 갔다리 하는
나의 생각을 원장님께 풀어버리고야 말았다.


"원장님, 저 이 약.. 계속 먹어야 되지요?"


그의 대답은
'당근'

"되도 않는 질문이다;;


"그냥... 약에 너무 의존하는거 아닌가 싶어서요.."


'다음 진료시간에 의논해 봅시다.'





성인ADHD로 치료를 시작한지 5년,
약물에 대한 의존성이 높아지는건 아닐까
나의치료는 왜 이렇게 긴가, 
'시간이 없는데..' 하며 조급성을 발휘하는건
매한가지다.


"넌 약을 너무 오래 먹는 것 같아."
"가만보면 약 의존성이 너무 높아,
좀 참아보지?"
라는 주위의 소리에 아무렇지 않은 척
아랑곳 않고 다시 약을 먹고, 

(약의 용량과 도수를 맞추는 몸무게를 유지하려)
목구멍으로 넘어가지 않는데도..
죽기살기로 밥을 먹을 때면..
나는 전투를 내어주고 전쟁에서 이긴다는 맘으로
살아내고 있다는 거대하고 거창한 생각을..
하는 것이다.






#2.


최고혈압 90
최저혈압 55


지갑 속 영수증을 정리하다 발견한 나의 혈압표,
딱 4년 전 기록이다.
(현재는 정상혈압 범위에 있다.)


많이 달라졌다,
그리고 또 달라지고 있다.

그 변화를 체감할 수 없을 뿐.


여전히..
운동화를 신고 다리를 삐끗하는
시트콤 같은 인생을 살아도,
언제나처럼 엉뚱한 생각을 잘해도,

그냥 김 엉뚱의 생활이고 삶인거다.








A, 인증샷이야..
압박붕댄 못찾았고..
집에 기어들어와 척- 하니
찜질팩을 얹었다.


#3.


꾸준함도 실력이다.

아직도 그 문구를 다 외우지 못해서
일어나 구호를 외칠 때면
난 늘 고개를 쳐박고 빠르게 읽기에 급급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뇌리에 박히긴 했나보다.


3-4월간,
무려 6권의 책을 읽었다.
.. 놀라운 성과다.


독서공동체를 하면서
내가 참 멍청하다는 생각을 다시 했고,
똑똑해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알고 있는건, 아무것도 없더라..

빈 껍데기 같은 나를 채우고 싶어서
그리고, 꾸준히 독서할 환경을 만들고 싶어서
여전히 큰 흐름을 보는 훈련을 하고 싶어서..
계속 투자해 보기로 했다.

#인큐베이팅, 독서공동체.



#4.


하루를 종합하니,

외로울 때도 있었고..
몸둘바를 모를 때도 있었고..
펑펑 운 때도 있었고..
뭐가 뭔지 모르겠는 때도 있었고..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 때도 있었고..
소름이 돋을 만큼 감동 받은 때도 있었다.


60점 인생은,
여전히, 꾸준히 이어가고 싶다.



.. 언젠가 그 60점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해주고 알아봐 줄 이가 있을거라 믿으며..








#.



남을 믿지 않는 자는 남의 믿음도 얻지 못한다. -노자











Posted by 이상한 나라의 엉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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