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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10.03 [성인ADHD] 관성의 법칙, 6



::관성의 법칙::


"외부에서 힘이 작용하지 않으면

운동하는 물체는 계속 그 상태로 운동하려고 하고,

정지한 물체는 계속 정지해 있으려고 한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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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HD 관성의 법칙::


땅파면 계속 땅판다.

슬럼프는 머무르도록 두면 계속 머물러 있으려고 한다.





오늘은 관성의 법칙을 이론적으로(?).. 머리로 정리한 날입니다.

정말 부끄럽지만, 오늘 경험한 감정의 파도, 있었던 일들을 최대한 솔직하게 적고

관성에서 벗어나는 연습을 해보려합니다.


감정의 파도에 휩쓸리고 싶지 않으신 분은,

난 너의 그런 모습은 알고 싶지 않아, 하시는 분은,

과감히 뒤로가기 버튼을.




#1. 잠, 현실도피 기제.



연휴를 뭔가 비효율적으로 보내고 있었더랬죠.

알람은 맞추어 놓았지만, 계속 끄고 다시 이불속으로.

정신을 차려도 이불 속에서 나오지 않고 옆으로 누워서는

스마트폰 가지고 눈만 뜅굴뜅굴.

그러다 한 4시쯤 되면 슬금슬금 나와서 밥 한끼.

그렇게 또 지내다 10시면 다시 취침모드.


연휴 내내 이 생활의 반복이었더랬습니다.

잠, 제게 있는 현실도피 기제입니다.

무언가 해야할 것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강제하는 무언가 외부의 압력이 없기에

잠으로 그 무언가에서 벗어나고자 하는것이지요.


그렇다고 도피가 썩 기분 좋은 것은 아닙니다.

꼭 늦게 일어나고 나서는

"아, 오늘도 하루 버렸네?" 라며 씁쓸해 하고,

심하면 제 스스로를 자책하며 우울의 구렁텅이로 빠지곤 합니다.


이번 연휴, 잠이라는 관성에 저를 맡기고..

꿈과는 먼 쪽으로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분명, 그 전 주에 비전을 위한 10년 청사진을 그리고

Things to do를 적고 두근대던 엉뚱이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휴에 딱히 할 일이 없다고 생각하고,

(약속이 없다는 이유로-)

잠이라는 것에 내 몸을 맡기고 그렇게..

나도 모르게 우울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아.. 오늘도 이렇게 하루를 버렸네." 하며.


잠은 자면 계속 자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저는 특히 그렇습니다.

잠에서 잘 못깹니다.


낮잠을 자도 1시간 이상 자지 않으면

잘 못깹니다.

(그런데.. 30분 이상 자는건 낮잠이 아니라면서요?;;)


체력이 달려서 그런 것 같긴 한데..

오후가 되면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졸리더군요.

워낙에 불면증이 심한데다 새벽에 잠을 꼭 깨고 설쳐서

(새벽 2시-3시 사이에 꼭 한 번은 깹니다.)

잠을 더 깊이 못자니 체력이 계속 달리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지요.



네, 다 압니다. 그런데 잘 바뀌지 않습니다.

관성 때문입니다.

요며칠 절.. 그렇게 내버려 두었기 때문입니다.

그 사이 저는 그 관성에 제 몸을 맡기어 버렸습니다.




2. 6년 연애의 관성, 사랑하려는 의지.

이젠 접어야 함을...



그렇게(잠에 취해) 며칠을 보내고 난 뒤,

오늘은 오랜만에, 아주 오랜만에 약속을 잡았습니다.


사실, 잉여가 되고 난 뒤에 약속을 잡기도 부담스러웠습니다.

하루에 교통비를 제외한 다른 비용을 쓴다는 것이 부담이 되어서..

다른 사람을 만난다는 것이 집 밖에 나가는 것이 부담이 되었던 것이지요.

넉살이 그리 좋은 것도 아니라..

"밥 사주세요~" 라는 말도 잘 못하고, 뻔뻔하게 얻어먹는 것도 잘 못합니다.

그런 절 아는 분들이 왕왕 우연을 가장하여 밥이며 커피며 사주시곤 하는데,

그 또한 부담이 되어 집 밖으로 나가지 않게 됐습니다.


여.하.튼.

오늘 오랜만에 함께 사역하던 전도사님 한 분을 만났습니다.

집 근처(?)라기 보단, 집에서 머지않은 곳에 사는 그 전도사님은

지금 제주도에서 홀로 목회를 하고 있는데 연휴를 맞아 서울에 올라온 것이지요.

목회하러 간지 2년이 다되어가는데 한 번도 보지 못해

이번에는 꼭 만나리라 생각하고.. 부담되지만도 약속을 잡았습니다.


그런데. 이 전도사님을 만나, 의도하진 않았지만,

6년간 연애하던 이와 자주 갔던 곳들을 밟게 됐습니다.

(얼마 전에 6년간의 연애를 접었습니다. ^-^;;)


'괜찮겠지,' 하며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데-

함께 갔던 서점, 커피숍, 식당, 마트 .. 정신이 없었습니다. ^-^;;


게다가 커피숍에선.. 그를 닮은 사람까지 마주쳤으니..

K.O.패 당하기 일보직전이었던거죠.


오늘 만나던 사람도 있었고 해서 잘 참다가

다른 약속이 있어 먼저 일어난다는 그 사람을 전송하고 난 뒤,

이대로 집에 들어갔다간 안될 것 같아 서점에 들렀습니다.


서점에 들러서 정신 없이 또 일을 했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할 수 있는 단순 노동을 하다 

책도 읽다, 생각도 좀 하다, 오늘 일을 정리하다... 어느덧.

서점 마감시간이 다 되어 집으로 나오는 길,

서점에서 함께 했던 모습이 떠올라 휘청거리며 주저 앉았습니다.

(빈혈일지도.. 하핫;)

"밥을 먹지 않아서 일거야." 라며 다독이고

다시 아무렇지 않게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습니다.



아.. 오늘은 왜 그렇게도 감성이 돋았을까요?;;

굳이 노래를 들어야겠다며 n드라이브에 접속했습니다.

아직 그와 함께 쓰던 웹하드를 사용하던 버릇이 있어서

음악은 거기서 듣는데..

그..런..데..

뭔가 변화를 느끼고야 말았습니다.


뭔가 용량이 줄었습니다.

그와 내가 함께 공유했던 사진이 모두 사라졌습니다.

휴지통에 담겨 있던 그 모든 사진이..

사라졌습니다.


그 때부터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습니다.

다른 생각으로 돌려보려 했지만, 쉽지 않더라고요.

"관성" 때문인지. 허허.



복잡한 생각들로 가득했던 버스 안,

오늘은 역에 내려서 걷고 싶었습니다.

평소보다 5-6정거장 먼저 내려서는 집에 오는 길,

버스에서 꾹 참았던 눈물이 기어코 터지고야 말았습니다.


놀이터에 앉아.. 정말 엉엉. 울었습니다.

이별을 하고난 뒤, 상대에게 잊혀진다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일인데도

저에게는 아직도 그를 "사랑하려는 의지"의 관성이 남아있었나봅니다.

오늘 그 관성을 보았습니다. 아직도 그를 내 의지로 사랑하려고 하고 있더군요. 

이별했음에도. 이젠 접어야 함에도.

그리고 그 의지조차 제 마음대로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을

그 의지를 접는 것조차 제 힘으로 할 수 없는 것을 보았습니다.


에리히 프롬의 책에서 읽은 문구

'사랑은 적극적인 것이고, 의지이다'를 몸으로.. 느꼈습니다.

그리고.. 그 연애동안 정말 열심히 "사랑"해보려고 했다는 것을 보았습니다.


한 편으론, 이별에 내공이 없는 내 자신을 보았고,

자연스레 오는 이 감정을 또 흘려보내지 못하는 내 자신을 보았습니다.



.. 울면서는 가슴이 너무 아팠습니다.

너무 아팠습니다.

긴장을 풀지 못하고, 흘려보내지 못해서 인 것 같습니다.

6년간의 관성. 사랑하려는 의지의 관성이 몸에 남아 있어서..

잊혀진다는 것이 많이 아팠고, 그렇게 하나씩 눈으로 확인되어 가는 것이

나에게는 슬픈 일이었나 봅니다.


웹하드를 시작으로 함께 썼던 일기, 사진,... 으로 이어졌습니다.

아예 보지 말았어야 했나봅니다. ^^;;

(어쩌면.. 엄-청 예의없거나, 엄-청 실수를 하고 있는지도 모르지요..)







그렇게 감정의 폭풍을 거치고 난 뒤,

전.. 마시지 못하는 탄산수에 차를 타서 들고 들어와

(집에 정수기가 있는데 탄산수 맛이 납니다. ㅠㅠ)

오늘 하루를 정리하며 관성으로 정리됨을 확인한 후,

자기 전에 급하게 블로깅을 합니다.





관성을 없애려면 외부의 힘이 가해져야 합니다.

정지해 있는 슬럼프에는 앞으로 나아가려는 힘이

갑자기 찾아와 나를 휘몰아 가는 감정에는 정지할 수 있도록 잡아주는 제동이.

꼭 필요합니다.

ADHD들에게 그 힘이 없으면, 그 내공이 없으면,

계속 땅파고, 슬럼프를 극복하지 못할 뿐더러

우울한 감정에서 빠져나오지 못할 것입니다.



연휴동안의 나의 삶을 돌아보면서

나쁜 관성에 이끌리고 있었음을 보고, 반성했습니다.

노력은 하지 않고, 좋은 것을 탐했고. 비교했으며, 안된다고 자책하곤 했습니다.

그렇게 또 낮은 자존감의 관성으로 나를 밀어넣고.. 있다는 걸

인지할 수 있다는게 참.. 감사합니다.

(예전엔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네, 이젠 알 것 같습니다. 내가 어떤 관성에 휘둘리고 있는지,

그리고 빠져나와야 한다는 것도.

어떻게 빠져나와야 할지에 대해서는 좀 더 고민해 봐야하겠고,

실천해 봐야 하겠지만, 오늘은 그걸 인지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만족하렵니다.


무엇보다.

우는 습관을 고쳐서 소리내어 울고, 확 털어내야 할 것 같습니다.

울고나면 가슴이 꽉 막혀서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다 게워내거든요.

그리곤.. 열량이 달려서 꼭 추워합니다. 악순환이지요.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그 관성에서 벗어나는 연습.

꼭 해야겠습니다.

아니, 꼭 할겁니다.




당장은..

6년의 연애로 생긴 사랑하려는 의지의 관성도 그런데..

현실도피기제로 잠을 선택하는 것.

더 오래가지 않도록 경계해야겠습니다.





슬럼프.. 는 내가 그 슬럼프를 허락할 때만 찾아옵니다.

오늘 엉엉 운만큼. 내일은 툭 털어버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모두들 굿나잇..*





(추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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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내 이야기를 오픈한다는 것. 쉽지 않아요.

그래도 이 나눔이 누군가에겐 힘이 되리라 믿고 블로깅 중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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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감사합니다. :)




Posted by 이상한 나라의 엉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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