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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9.22 [이상한 나라의 엉뚱이] 삶의 방식을 바꾼다는 것.





::눈치::


1. 일의 정황이나 남의 마음 따위를 상황으로부터 미루어 알아내는 힘.

2. 속으로 생각하는 바가 겉으로 드러나는 어떤 태도. (다음 국어사전)





"눈치보지마, 엉뚱아. 왜 눈치를 봐. 당당해도 돼."



집에 오는 길, 그녀의 한 마디에 나는 나도 모르게 눈물을 왈칵 쏟고 말았다.

배려 라는 이름으로 포장하고 위장했던 나의 눈치가.

오늘 그녀의 그 한마디에 인정되는 순간, 나는 눈물이 흘렀다. 그렇게 주룩주룩.


그녀는 내가 애써 숨기는걸 정확하게 보고 있었고,

그로 인한 나의 감정이 어떠한지도 알고 이해하고, 공감하고 있었다.

뿐만 아니었다. 내가 눈치보는 듯 싶으면, 내가 내 의견을 피력하도록 일부러 내버려두고 있었다.

그렇게 연습할 수 있도록, 그냥. 나를 그렇게 두었다. 훈련하라고.


그런 그녀가 너무 고마웠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나의 스물 일곱해의 삶 동안.

눈치 보는 것은 내가 지금까지 삶을 성공적으로 살아내는 방식이었다.

이젠 너무 익숙해서 눈치보지 않는게 불편할 정도로.


난, 그렇게라도 살아남아야 했었다. 

나의 이런 말이 비겁한 변명으로 들릴지라도. 

난 그래야만 했다.



물론, 눈치 많이 본다고, 애어른인척 한다고.

애는 애처럼 있어야 하는데 어른인척 연기한다고 등등의 많은 핀잔을 듣고 자랐다.

하지만, 그 핀잔 안에도 이중메시지가 있었으니...

매 순간, 상황파악을 하지 않고 아이답게 자유로우려 하면 

그들은 나를 버릇없고, 생각없는 아이로 규정지었다.

어디에, 무엇에 장단을 맞춰야 할지 몰랐다.



이렇게 (살얼음판 같은 모든 이의 장단 속) 형성된 나의 삶의 방식은

그동안의 사회성 훈련, 인간관계 훈련, 무엇보다 자존감에도 큰 영향을 미쳤던 것 같다.

사실, 전 남자친구도 나의 이런 눈치보는 습관에 노이로제가 있었으니..

확실히 큰 영향을 준게 맞다.



뿐만 아니라 가까운 사람임에도(어쩌면 가깝다고 느끼는 상대일수록)

상대 눈치를 보고, 내 말을 하지 못하는 건..

그로인한 관계의 깨짐이 나로썬 너무나 두렵기에 시도하지 못했던 것임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내가 제일 두려워하는 것. 버려지긴 싫으니까. (not to be abandoned)

관계의 깊고 넓음, 시간의 길고 짧음을 막론하고 모든 사람에게 적용된 삶의 방식이었던 것 같다.



더 나아가 나의 눈치 봄이 스스로에겐, 무엇보다 상대가 부담스러워한다는 것 외에,

내가 그를 배려하기에 그도 나를 배려해야만 한다고 생각하게 한 필요조건이 되었고,

내 기준에 친절하지 않은 사람들, 배려가 없다고 판단되는 사람들을 관계의 카테고리 안에서

배제시키기만 했었다. 

그런 나의 옹졸함과 아집은 관계를 맺고 지속시키기 보단 깨어지고, 상처만 나게 할 뿐이었다. 



그렇기에 오늘 그녀의 그 한마디가 너무 고맙다. 

나에게 있어 가장 큰 생일선물이 되었다.

나에게 달라지고 싶은 계기를 만들어줬기에.

그게 제일 큰 선물이라 감히 확언한다.



그 삶의 방식을 바꾸기로 한다. 오늘부터.

그동안의 삶의 환경에 따라 나의 생존방식으로 굳어진 것이라

쉬이 바뀌진 못할 것이다.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다. 내가 기대하는 것 이상. 더 많이. 더 오래.


그래도 인지하고, 노력하면 안바뀌라는 법이 어디 있겠는가?

성장은 의지가 중요하다고 하지 않았던가,

무너지더라도 성장할 의지를 가지고 다시 시도하면 된다.



그래서 오늘,

매 년, 나의 생일에는 스스로 나를 아끼고 존중해주는 시간을 보내야겠다고 다짐한다.

나에게 매년 나쁜 습관을 제하는 선물을 주어 그렇게 하나씩 바꿔나가면,

나의 인생 정점에서는 가장 밝게 빛날 수 있겠지? 기대하며.


꿈을 꾸고, 말하고, 기록하고, 믿고.. 그렇게 한걸음씩.

또박. 또박. 

당당하게 허나 겸손하게 내 의견을 펼쳐갈 수 있는 그 날이 오기를 기도한다.







Posted by 이상한 나라의 엉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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