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행복해라!"


'응?'


"딸이 행복해야 아빠가 행복하니까"


'응?'


"딸이 슬프면 아빠 마음이 얼마나 슬픈지 아니?

딸이 속상하면 아빠 마음은 두배로 속상해."


'진짜?'


"응"


'왜?'


"딸은 아빠로 부터 나왔으니까. 

아빠의 일부잖니, 딸은. 그러니까 꼭 행복해라,

자, 그러니까 웃어봐."


'이히힝..ㅠ ㅠ'




엉뚱이의 새가족 이야기, 


#1. 아빠와 있었던 일.



요즘.. 날 울리는 아빠의 사랑,



아빠는 원래 그런건가? 

아빠 사랑이 이런건가? 

내가 그동안 잘못알았나? 싶을정도다.

요즘 너무 새롭게 배운다.



#1. 빈정상하다.



며칠 전, 

카드지갑을 잃어버려서 우울했다.

사실, 지갑을 잃어버려서도 그렇지만, 아빠가 한 한마디에 속상했다. 

서운했다. 



'그러니까 좀 정신 똑바로 차리고 다니지.'



카드 잃어버리고 나서도 나름대로 정신차리고, 

당황치 않으며 기억을 더듬어서 카드를 썼던 곳, 그리고 떨어뜨렸을만한 곳을 샅샅히 뒤지고..

결국 못찾았지만, 나름대로 마음을 잘 정리하고 있던 찰라에.. 들은 이 한마디.


.. 이 말은 나에게 결국 <학대>로 다가왔고, 서운한 마음에 눈물이 주룩주룩.




"아빠, 어떻게 말을 그렇게 해요?-_-"


'왜... 다음에 잃어버리지 말라는 얘기지.

말을 그렇게 할 수도 있지, 뭘 그런걸 가지고 그래.'


"나 그런 접근 싫어. 뭐 누구는 잃어버리고 싶어서 잃어버려?

내가 정신 똑바로 안차리고 다녀서 그런건가? 잃어버리고 황당한건 누군데!! 

어? 지금 나름대로 잘 진정하고 있었는데 이게 뭐야!!! 으헝...ㅠㅠ 

끊어. 집에 도착하면 다시 연락할게."




서운했나보다. 아니, 서운했다. 

눈물이 주룩주룩.

버스 안에서 한동안 자리에 앉지도 못한 채,

전화기를 들고.. 한 자리에 서서 울었다. 계속.


집에 도착해서는 연락도 않고, 그냥 울다 잠들었다. 




#2. 여전히 마음은 꽁기꽁기



아침에 일어나니 카톡이 와 있다.






"딸, 잘 잤니? 잘 울었니? 이젠 널 사랑하며 우는 구나. 

마음은 좀 어때? 아직도 서운하니?"


'응, 조금. 내 맘이 좁아서 그렇지.'


"그 반대인 것 같다."


'무슨 말..?'


"전에는 네 스스로 그런 말을 하며 자책했잖아.

그런데 이제는 다른 사람이 너에게 그런 말을 하는데 강하게 저항하는구나."






카톡으로 또 한참 지갑 분실, 어제 있었던 일에 대한 얘기다.

애써 잊고 있었는데 -_-;;; 나름 평온하게 대답해야지 했는데..

다시 떠올리니 짜증이 이빠이.


일단, 내가 어제 일을 떠올리면 힘들어 질 것 같아서 그만 하자고 했다.





'어제 상황 끌어오는거 싫다. 기분이 썩 좋지 않아요..

돌아보고 확인하고, 힘든 작업이예요..'


"나중에 여유가 생긴 후에 돌아봐도 돼. 지금은 그냥 감정을 풀고."


'어찌풀지?'


"뭐 맺힌거 있어?"


'어제 일 떠올리고 먹먹해졌어요. 기분이 별로야..

뭐 잃어버리는 거 진짜 싫어하는데.. 휴........'





서운한 맘이 괜찮아졌다 생각했으나, 

여전히 마음은 풀리지 않았다.

그런 맘으로.. 아빠 사무실을 찾았다. 

부탁했던 게 있어서.. 가져다 주러.




#3. 꽁기함이 단숨에 녹아내리다.



사무실에 도착해서도 표정은 풀리지 않았다.

차 한잔 하자는 말에도 무표정으로 차만 탈 뿐.

차를 건네드리고 집무실 소파에 앉아서 혼자 한숨만 푹푹 쉬고 있었다.


평소같았으면 쫑알쫑알 이랬다, 저랬다 할 딸이..

걍 소파에 앉아있으니.. 아빠가 한마디 던진다.





"딸, 이리와봐, 무슨 일 있어?"


' .... '


"아직도 서운해?"


'(끄덕..)'


"아빠가 그렇게 말해서 서운했어? 잘 서운해 했어. 

그런 말 하면 서운한거 맞아. 넌 아빠 딸이니까. 서운한게 당연하지. 아빠 딸 인증.

 

근데. 아빠가 '너 왜 정신도 똑바로 안차리고 다녔어?' 라고 말한걸까?

잃어버리는걸 좋아하는 사람이 어딨어. 딸이 뭘 잃어버렸다는데.

그냥, 다음에 잃어버리지 말자. 하고 말한거지.

그러니까 서운한 맘 풀어.. 응?"


' .... 끄덕 '








이 말을 듣는 내 모습이 여섯살 난 꼬마 같았다.

대형마트에서 장난감 사달라고 조르는 아이에게 

부모가 논리적으로 조목조목 설명해주고,

꼬마는 그걸 듣고 수긍하고 이해하는. 

그런 꼬마와 부모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런 내 모습이 어이없어 풋, 하고 헛웃음이..

아, 난 아직도 한참 멀었나..?



그렇게 긴장이 풀려설까? 

소파에 앉아 잠이들었다. 









얼마 지나서 아빠가 날 깨우고 말한다. 




"딸 행복해라!"


'응?'


"딸이 행복해야 아빠가 행복하니까"


'응?'


"딸이 슬프면 아빠 마음이 얼마나 슬픈지 아니?

딸이 속상하면 아빠 마음은 두배로 속상해."


'진짜?'


"응"


'왜?'


"딸은 아빠로 부터 나왔으니까. 

아빠의 일부잖니, 딸은. 그러니까 꼭 행복해라,

자, 그러니까 웃어봐."


'이히힝..ㅠ ㅠ'


"아이고, 우리 딸 울음보 터졌네.

그래, 울 땐, 그렇게 바보처럼 우는거야."


'히잉...ㅠㅠ'





그렇게.. 아빠의 한 마디에 감동해서는..

꽁기꽁기한 마음이 한 순간에 녹아내렸다.. (-_-;;;)




이럴 때 보면, 참 단순하다..;;






나는, 새 가족의 구성원으로 아빠를 만나고, 

우는 법을 배웠고, 짜증내는 법도 배웠고, 감정에 솔직해지는 법도 배웠고, 사랑이 무엇인지도 배웠고,

무엇보다 하나님 아빠의 마음을 배웠다.

그동안 내가 가졌던 아빠의 이미지를 조금씩 깨어가는 것 같다.


사실, 솔직해질 수 있는 언덕, 비빌언덕이 생긴 것 같아서 참 좋다.


이런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것도, 그리고 내가 이만큼 마음을 열게 된 것도..

다 오랜 시간이 만들어 준, 하늘 아빠가 준 선물이리라.





블로그를 통해나마.. 선뜻 아빠가 되어주신 그 분께 감사드립니다. :)







(추신) 앞으로도 새가족 이야기를 많이 써 갈테지만, 

나의 성향을 알고 공부해주시는 멘토님, 담임목사님, 콜링식구들을 포함한 나의 새 가족들..

그리고, 아빠.. 모두 너무 고맙습니다. 






Posted by 이상한 나라의 엉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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