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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3.01 [이상한 나라의 엉뚱이] 내가 아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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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가 참 씩씩하고 튼튼하며
건강한 사람인 줄 알고 살았다.

(아픈걸 말하는 것이 금지되기도 했고,
- 안아픈 사람이 어디있냐며^^ -
아플 때 병원에 가서 약을 먹는건
면역을 더 약하게 하거나
내성이 생기게 하는 일이라
되도록 피해야 하는 일라고 한 말을
철썩같이 믿었고
길에서 쓰러져 병원 갔는데
링거맞다 병원에서 부모님께 끌려나온 것도
이런 착각을 가능하게 한 요인이기도 하다.)


그런데 오늘 누가 그러더라,

'참 엉뚱이님은 약하고 갸냘프며
뭔가 조심조심 해야하는 여자'인 것 같다고..

전에 이런 얘기를 들었다면
'아닌데, 나 튼튼한데..' 라고 궁시렁 댔을거다.

근데 오늘 든 생각은,
'나는 또 내 체력도
내 체질도 잘못알고 있었던걸까,@_@'


집에 오는 버스에서 생각했다.

차라리 정확하고 제대로 알았다면,
있는그대로 말해주고 알려줬더라면,
면역이 약하니까
난 그래서 어쩔 수 없다가 아니라
그럼 어떻게 더 약해지고 아픈게 심화되는걸
피할 수 있을까, 혹은 더 나아가
어떻게 해야 더 튼튼하게 만들 수 있을까를
고민할 수 있지 않았을까?

아, 어쩜 또 이 생각은
나의 과거를 놓아주지 못하고
"그랬더라면.." "그리 해줬더라면.." 의
논리에 빠져든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오늘 죽기살기로 운동하는 나는
내일은 내가 10원어치는 더 건강해져있을거라
믿으며 후회보단 원망보단
미래를 위한 다짐을한다.

내 몸은 다른 사람에 비해 약하니까 더 챙겨주고
전투적으로 건강하게 만들 방법을 고민하자고.
고민을 실천으로도 옮겨보자고..

그러니 아닥하고 운동하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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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사람들이 보인다.
나의 오지랖이 또 발동하는게지,

나는 내 자신 하나도 못챙기면서 ...

수요일, 그 늦은밤 보았던 사내도-
공과금이 없어서 목숨을 끊은 모녀 얘기도-
아픈 몸을 이끌고라도 자리를 채운 그녀도-
빠듯한 예산에도 알뜰한 결혼을 준비하는 친구도-
마음에 와서 울린다,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나의 마음을 어떻게 나눌까? 고민..

당장 카톡을 보낼수도,
따스한 말한마디 건넬수도 있지만,
그마저도 내가 하기엔 도에 지나친듯해서
쓰던 메시지도 지우고,
이것저것 아는 척도 관두고,
조용히 눈을 감고 기도한다. 기도하기로 한다.


내가 시도 하지 못했던 방법인데,
그렇게 해보기로 한다.
어쩌면 그게 더 현명한 방법일거라고 믿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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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그에게 말해주고 싶다.
나의 과거에 있어줘서 고마웠다고,
내가 가장 바닥에 있을 때 버텨줘서 고맙다고,

좋은 사람 만나 행복한 것 같다고-
그대로 잘가라고..


.. 전해줄 방법은 없지만,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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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이상한 나라의 엉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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