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을 받은 후, (치료 초기)
한참 나의 특정한 성향에 집중하다보니
어떻게해도 나아지지 않을 것 같고,
더 나아가 '이렇게 살아서 뭐하나' 하는 생각까지 옮겨갔다.
기쁨도 슬픔도 배고픔도, 피곤함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렇게 깊고 찐-한 애도기를 한 일년쯤 지냈을까?
부정을 넘어서고 받아들이며
조금씩 다시 괜찮아졌지만,
이따금씩 무거운 마음이 드리우곤 했다.
그 무게를 한 번 느끼고 나면
소진도 어마어마했기에
늘 그 무게에 짓눌려 살 수는 없겠어서
그 때마다 털어내는 방법들을
조금씩 터득하고 훈련했더랬다.
그 후로는 매우 잘 적응하며 살고 있었는데
이따금씩 다시 그 때의 그 무게가
삶에 찾아오곤 한다.
얼마 전에도, 그 힘듦이 몰려오기에
무기력한채로 침대에 누웠다.
이 늪은 어떻게 빠져나갈 수 있나,
빠져나갈수는 있는 늪인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 때
이 책을 추천받았다.
임세원,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
천천히, 눈물로 읽어냈고,
책에 있는 이 문구를 마음에 새겼다.
설령 나아지지 않는다 해도,
죽는 날까지 평생을 고통에 시달린다고 해도,
수많은 오늘을 견디고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과정은
그 자체로 충분히 의미가 있으며, 기억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믿는다.
임세원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 pp.142-143
1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관리하며 살아가고 있지만,
나아지지 않는다 해도,
이 모습 그대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과정이
그 자체로 충분히 의미가 있음을.
우리 모두가 알게 되면 좋겠다.
나아진 결과가 눈 앞에 쉬이 보이지 않아서
이생망이다, 살아서 뭐하나 싶을때면,
기억하자.
수많은 오늘을 견뎌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
오늘도, 우리 모두, 수고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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