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고민중에
2011년 2월, 첫 직장을 잡았더랬죠.
제가 일했던 곳은 모교, 미술대학 학과사무실.
"조교" 라는 이름으로 첫 일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짧지도 길지도 않은 1년 반이라는 시간을 보내고
"용기있게" 퇴직을 "결심"하고, 인수인계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엉뚱이 사회생활 적응기의 한 텀의 마무리를 앞두고
이 곳에서 치열하게 벌였던 저의 훈련내용들을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에 용기를 내어 글을 씁니다.
* 제 삶의 "나눔"이 같은 길을 함께 걷는 이들에게
작은 희망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이상한 나라의 엉뚱이 블로그 : http://roseorange.tistory.com
2012.08.09. 11:42 [작성시작]
#2. 오메. 어디까지가 내 일인겨?
.... ADHD에겐 R&R 구분이 힘들어요..ㅠㅠ
산업디자인학과 학사조교로 첫 출근, 조교라는 일에 어느 정도 호감(?)이 있었던 엉뚱이인지라 그렇게 주눅들거나 힘들어 하진 않았습니다. '첫 직장의 네임이 중요하다던데..' 뭐 등등의 이야기들이 들려왔지만, 전.. 나름 꿋꿋히 잘 버텨냈던 것 같아요. 이 전 편에 말씀드렸지만, 제겐 그냥 명분이 필요했던거니까요. (그 때 당시만 해도..) - :: 이전편 보러가기: [성인ADHD][사회적응기] ① 일할 곳 정하기! ::
처음에 인수인계를 받을 땐, 분.명.히. "뭐, 별로 힘든 일 없어요. 그 때 그 때 교수님들이 요구하시는 것들만 좀 처리하면, 바쁠 것도 그렇게 힘들 것도 없어요." 라고 들은 것 같은데.. 오메나 @_@ 마주하는 일들은 그렇게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ㅠㅠ 바로, R&R구분이 힘들었기 때문인데요. 제가 일하고 있던 곳의 상황을 잠~시 설명드리자면요. 홍홍. 1
1. 전년도와 달리, 확~바뀐 사무실 근무환경! 제가 입사하기 전, 사무실에 총 근무하는 사람은 3명(학부조교 1명, 각 전공 조교 1명씩 2명)이었습니다. 엉뚱이가 입사하던 해, 2011년, 전년도까지만 해도 디자인학부였던 곳이 학과로 개편되면서 각 학과당 학과 행정조교 1명, 전공조교 1명이 필요해진 것이지요. 즉, 한 명의 TO가 더 생긴건데요. 그 자리에 제가 가게 된 것이지요. 처음에는 파티션도 없고, 제게 주어진 PC도 없었습니다. (ㅠㅠ) 입사하자마자! 사무환경 꾸미기부터 시작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교수님들은 그런 상황을 고려해주실 리 없죠. (이미 학기는 시작되었으니까요.) 정말, 말그대로 "닥치는대로" 일을 처리했던 것 같아요. 제 자리에 PC가 설치되어 있지 않으니 노트북부터 들고와서 일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선 다들 퇴근하면 저는 그 때부터 또 PC 설치하고, 프로그램 깔고. ㅠㅠ 거의 한달 동안 포맷과 프로그램 설치만 20번 넘게 한 것 같습니다. 그와 동시에, 새로 생긴 자리에 들어가다 보니 업무인수인계를 받긴 했지만, 나뉜 업무가 제대로 분담되지 않았습니다. 전공조교는 교수님 업무와 학사, 수업업무, 행정조교는 예산 및 기획, 사무실 운영 담당이라는 전체적인 큰 틀은 있었지만 저와 함께 일하게 된 전공조교와 함께 업무 영역을 조율할 틈이 없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해야할 지 더 확실하게 선을 정하지 못했어요. (뭐. 사실 학과 사무실 업무라는게 누구는 뭐하고 누구는 뭐하고로 나눌 수 있는 일이 아닌지라, 그 구분이 딱히 필요했을까? 라는 생각이 들지만, 쨌든. status와 여러 가지가 다르니.. 업무구분이 있는 것이 좋긴하지요.) 2. 학교 출신, 그러나 전공은 달랐다는 거~ 모교 미술대학 학과사무실에 취업이 된 거였기 때문에 행정부서를 익히고 일을 처리하는데는 별 문제가 없었습니다. 학교에서 인턴장학생을 했던지라 그런 어려움이 덜했죠. 그리고 학교를 엄~청 오래 다녔잖아요? (큭) 그래서 모르는 것 없이 척척 해결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ㅠㅠ* 저는 중학교때부터 미술 성적은 늘 C+이었을 정도로.. 미술에는 소질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미술대학 조교를 하려니.. 어익후. 거기서 늘 헉헉댔습니다. '선생님, 나 폼보드 3t 짜리 100장만 주문해줘~' 폼보드? 3t? 5t? 7t? @_@ (OMG!!!)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가 있어야죠. 차차 적응이 되어갔지만, 처음엔 정말 죽는 줄 알았습니다. 그래도 감사한건.. 산업디자인학과 일 뿐 아니라, 시각디자인학과 일까지 옆에서 보고 배우게 되면서 인쇄며 편집이며 공간디자인이며.. 그 때 다 배웠어요 :) 하하. 3. 대학원생도 죽어나는 산학협력의 실체 ㅠㅠ! 산업디자인학과 소속이다 보니, 산업체와 협력해서 프로젝트를 진행할 것이 많았습니다. 연구비 처리며, 프로젝트 진행이며.. 모두 대학원생들이 하지만, 옆에 있었던 저도 프로젝트에 인터뷰이로 involve 되어서 여러 모양으로 도왔습니다. 문제는.. 저와 함께 일하던 전공조교는 대학원생이었던지라.. 끝도 없이 이어지는 프로젝트 때문에 자리를 비우는 경우가 왕왕 생기게 되었던 것이죠! 그러면.. 저는 제 동료의 일도 back-up 하는 형식으로 사무실을 지킬 수 밖에 없었고, 위에서 말씀 드렸던 것처럼 업무 분담도 제대로 안되어 나날이 업무량은 포화상태가 되었더랬습니다....ㅠㅠ |
자, 조 위의 상황이 펼쳐진 상태에서 일을 하려다 보니, 가뜩이나 R&R 구분이 힘든 엉뚱이에게 사무실 일은 혹독한 훈련이기도 했습니다. "아, 왜 내가 이것도 해야해?" 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아니야, 그래도 서로 도우면서 해야지." 매일매일 이 생각을 반복하면서 혼란스러워 했던 것 같아요. @_@ 그러면서, 정확하게 선을 긋는 법을 훈련하게 되었던 것 같구요. 어디까지 내가 담당해야 하는 일인지, 어느 부분은 내가 지금 과도히게 일을 하고 있는 건지 등등을 파악하는 훈련을 해야 했고, 엉뚱이가 세상에서 제일 못하는 "남들에게 싫은소리하기"의 경지에까지 이르러야 했습니다. ㅠㅠ*
함께 일하는 사람과 업무를 조율하고, 팀워크를 익혀가는 것, 그 사람의 업무스타일을 파악해서 함께 win-win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쉽지만은 않더라고요. 그리고, 가뜩이나 소심한데 "저는 여기까지 할게요, **씨는 어디까지 하세요." 라고, 단호하게 얘기하는 것이 어려워도 너-무 어려워서 늘 모든 일이 제 손에 넘어올 때까지당하기만(?) 했습니다. 그렇게, 어쩌면 조금 혹독하게 사회생활이 무엇인지.. 배워갔던 것 같아요.
지금은 그 곳을 그만뒀지만, 그 때는 관계설정의 어려움, 관계의 깨짐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지 못했고, 나와 업무를 구분하는 것, 일할 때와 쉴 때를 구분하는 것을 잘 못했던 것 같아요. (이제서 생각해 보면 말이죠-) 사춘기에 경험해야 하는 친구관계, 동료관계, 학부시절 경험했을 법한 분업과 협업의 시스템. 그걸 머리로는 아는데 몸으로는 알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제가 가진 모든 정보를 체계화 하지 못하고 조직화 하지 못하는데에서 오는 어려움이었겠지요. ^^ 그 때는 '왜 나는 바보같이 당하기만 할까?', '왜 이렇게 늘 억울해만 하고 있을까? 앞에선 한 마디도 못하면서..' 라면서 자책만 했는데, 이제는 '아, 그 때는 그럴 수 밖에 없었지, 난 서툴렀으니까' (지금도 아주 많-이 서툴지만요.) 라며 다독일 줄 아는 엉뚱이가 되었습니다. :)
늦~게 아주 늦~게 시작한 사회생활, 그것도 학교에서. 남들보다 편한 조직에 있었고, 출퇴근도 유연한 곳이었습니다. 감사한 시작이었지요. 그러나, 그 시작마저도 저에게는 쉽지 않았음을 고백합니다. 너-무 서툴러서. 업무, 개인적인 성장, 관계에서 오는 어려움, 연애.. 그 모든 것을 한꺼번에 감당하기에는 무리였지 않나 싶어요. 그래서 그 모든 것이 신체화로 나타나 요로케 이유없이 아픈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쿨럭) [지금은 많이 회복되었으니 너무 걱정마세요 :)] 과거를 되돌아보며.. 오늘 또 하나 배웁니다. 그리고 희망을 발견합니다.
"한 걸음, 한 걸음.. 잘 하고 있구나. 많이 성장했구나. ADHD인 나에게도 희망은 있구나."
(추신) 엉뚱이의 사회적응기, 재밌게 읽으셨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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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로 e-mail로 똑똑" 문을 두드려 주세요.
함께 마음을 나누고 싶습니다. ^^
늘 감사드려요,
여러분의 응원을 힘입어 한 뼘, 한 뼘..
보이지 않지만, 성장 중입니다. ^ㅡㅡㅡㅡ^*
좋은 날 되세요~*
엉뚱이 드림.
2012.10.23 10:46 [작성완료]
- R&R(Role and Responsibilities)정립: 조직에서 개별 프로세스 및 조직의 구성원들이 수행해야할 '역할'과 그 역할의 수행에 따른 '책임' 관계의 정립을 의미한다. ; 출처-다음지식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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