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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11.24 [이상한 나라의 엉뚱이] 하극상의 나날들..ㅠㅠ;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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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장님에게도 이젠 하극상(?)이다.
어떤 나의 무의식의 기제들이
진료시간에 발휘되는지는
좀 더 관찰해봐야겠지만..

오늘 진료시간엔 울먹이며 (약간은 독기품고?)
이렇게 말씀드렸다.

.. 오해 없으시길, "독기"라 표현되는 건
내가 아주 큰 용기를 내었다는 뜻이니까..



"저 여기 원장님께 그간 잘 살았는지 아닌지
평가받으러 오는거 아니구요,
여기 올 때마다 평가절하 받는 느낌..
참으로 제 자존감을 높이기 보단
더 떨어뜨리기만 하는 것 같아서
(병원이 하는 역할이 그런거라 하긴 했지만)
늘 힘들어요. 쉽지 않구요.

여기 저, 행복해지고 싶어서 왔어요.
블로그에 이렇게 저렇게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어떤 생각을 구체적으로 하고 있는지
다 담을 수 없어서 표현하지 못할 뿐이지만,
원장님이 생각하시는 것보다 성실하게
매 순간 연습을 충실하게 해보려
태도를 다시 바로잡아요. 다른 시도도 하구요.

혹시 제게 더 구체적인 연습의 예제들을
듣길 원하시는건가요?"
(진료시간엔 구체적인 결과가 듣고 싶으세요? 라고 말했던 것 같다.)


"...."




상담시간,
내 얼굴을 보자마자 묻는다, 상담소장님이.
"왜요, 김원장님이 오늘도 뭐라해요?"


얘기를 풀어가면서..
진료시간이 뭔가를 평가받는 시간도 아닌데
왜 난 늘 결과를 보고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으며
갈수록 힘들어지기만 하는걸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내가 현재로서는
원장님은 분명 내가 치료전문가로 만나고 있는 사람이고,
믿고 따라가야 하는 부분도 있기에
신뢰하고 가야 하는 부분이 어쩔수 없이 생기고
그 "중요한 타인"으로 설정된 사람의
지지에 또는 평가에 휘둘릴 수 밖에 없다는 게
내 기본적인 생각이었는데-
이마저도 상대화 해야하는걸까? 라는 생각까지,
발전했다.


그러나, 그건 표면적인 이유일 뿐,
내가 왜 계속 이렇게 답답해하고 힘들어하는지
내면의 기제는 무엇일지 더 깊이 알아보기로 했다.


현재로선,
원장님과의 갈등(?), 원장님과의 주파수의 조율..
모든 것이 정보부족에서 오는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시간을 더 두고 생각해보기로 했다.




+ 내게 있어서 결론을 열어두고
한 사건을 다시 생각한다는 것은,
큰 발전이고 또 다른 방법을 택한거라
훈련의 일부라 생각하고 싶다.

예전 같았으면, '한 번 더' 는 없었다.




오늘의 에피소드를 적으며
제게 예의 없다고 손가락질 하실 분들,
괜찮습니다. 그럼에도.. .. 제가 이렇게
당돌하게 얘기했던, 혹은 쏘아붙인(?) 이유를
여기에 적어내는 건, 이 모든 글을 볼
원장님께 제 입장을 변명하기 위함도 아니고
용기낸걸 자랑하기 위함도 아닙니다,

원장님과의 주파수를 맞추는 작업을
적어내는 것도(대표적인 글이, 당신은 ADHD오?) 원장님 뒷담화가 아니라..
치료자의 입장과 내원한 환자의 입장은
크게 다를 수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자 함입니다.

이러면서 한 목표를 같이 세워가는거겠지요.

아직 명황하진 않지만,
지금까지 절 살리는데에 초점을 두셨던 원장님이
다른 목표를 두고 이끄시는거라 믿어요.
저도.. 원장님이 원하고 끌고 가시기 때문이
아니라, 필요에 의해, 내 선택에 의해
주체적으로 치료를 이어가려는 거구요.


병원에 다니는 이유,
다른 방법을 시도해보려는 이유,
제가 원장님께 인정받으려는게 아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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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한 봉지씩 버리기 프로젝트,
아직 내 방은 엉망진창이다.
책상은 책상이 아닌지 오래고-
남은 공간도 내가 원하는 배치가 아닌 상태로
침대와 옷장이 모두 차지하고 있어서
더 답답하고 정신없어 보인다.

그래서 생각했다.

이걸 한번에 치우려면 엄두를 내지 못하고
더 더럽히고만 있으니
하루에 한 봉지씩만 버리자고.

그럼, 다 버리고 정리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하고.
하루에 한 봉지가 어려우면 한주에 한봉지라도.



청소하면서도 느끼지만,
내 뇌에 복잡하게 들어선 것들도
하나씩, 한 놈씩 처리해야 하는건 아닐까 싶다.


그렇게 질서가 잡혀가는건 아닐까도 싶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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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에 담기는 나의 이야기들은
내가 가진 모습의 극히 일부일 뿐이다.
글로 만나는 나,
그리고 사진으로 담는 하루,
나름의 상징은 있을지언정
내가 가진 퍼즐 조각의 하나일 뿐이다.


순간순간의 나의 긍-부정적인 연습을
다 담아낼 수 없기에,


나도 이런데,
내가 만나는 타인은 오죽할까.


관찰,
타인을 보는 것도 ,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를 들여다보는 것도 해당되기에
오늘의 나를 관찰하며..
불현듯 나는 내가 가진 정보들만을 가지고
논리적으로 생각의 틀을 만들어 가는걸
발견했다.

그러면서 사고는 자연스레
그럴 수 밖에 없었던걸로,
혹은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가장 논리적인 것처럼 흘러가더라.


그러니 고집이 세다거나
말이 안통한다거나 하는 현상으로
나타나는거였던걸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것을 빠르게 캐치하고 처리하도록
훈련받아온, 또 사용해온 나의 뇌는
폭 넓은 정보를 있는 그대로 흡수하는 능력을
잠시 잊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요즘은 생각한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겠지."
혹은 " 이 모습이 전부는 아닐거야. "


타인에 대해서도
그리고 나에 대해서도
좀 더 생각할 시간을 두기로 한다.







Posted by 이상한 나라의 엉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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