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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12.04 [이상한 나라의 엉뚱이] 나는 그와의 결혼을 꿈꿨었다, 1






결혼, 조금 멀어진 꿈..






어렸을 때, 나는 결혼에 대한 생각이 전혀 없었다. 

좀 더 솔직하게는.. 결혼을 정.말. 하고 싶지 않았다.

누군가 그랬다. 딸은 엄마의 팔자를 닮는 거라고..


"뭐..?'엄마의 팔자를 닮아?' 으... 그럼.. 난 절.대. 결혼하지 않겠어..

그나저나 결혼 전에 엄마를 닮아 요절할지도 모르지."


라며, 결혼은 둘째치고라도 내 '미래에 대한 소망'이 거의 없었다.



그리고 내 나이 스물 둘,

조심스레 첫 연애를 시작했고.. 그 사람과 6년 연애를 했다.

생각보다 마음을 많이 주어서였는지, 함께한 시간이 길어서였는지, 처음마음보다는 깊어진 마음에 연애를 하는 동안

처음으로 '아 이 사람이면 결혼 이라는 걸 해도 좋겠다.', '난 참 사람을 잘 만난 것 같다.' 는 생각도 했다.




함께 하는 시간은 소박하고 좋았다.

늘 화려한 레스토랑에서 스테이크를 썰지 않아도 김밥천국에서 김밥과 라면을 먹는 우리가 좋았고,

바람을 가르며 한적한 도로를 달리는 드라이브는 없어도 뚜벅이로 몇 곳 안되지만, 이 곳 저 곳을 누비는 우리가 좋았고,

A부터 Z까지 짜여진 데이트 코스가 준비되어 있지 않아도 그냥 함께 있는 시간이 좋았고,

특별한 기념일 선물이 아니더라도 필요한 것을 챙겨주고 선물하며 나누는게 좋았다.

(나는 그렇게 살뜰하지 못한 편이라, 살뜰한 그에게 참 많이도 받았다. 

생각하면, 아직도 그 물건들을 보면, 고맙다. 그런데도.. 난 참 많이 투덜댔고, 확인하고 싶어했던 것 같다. 미안하다.)


'결혼해도 이렇게 살면 되지 않겠는가' 싶었다.




내가 꿈꾸는 결혼생활이 어떤지도 모르는 채.

서로에게 어떤 생산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지도 모르는 채.

그냥 좋았던 것 같다. 


결혼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도 모르는 채.




친밀해지면 질수록, 난 내 안에 있는 것을 모두 보여줬고, 그럴수록.. 그는 나에게서 부담을 느끼게 된 것 같다.

(부정적인 모습만 보여준 나의 잘못이리라..)

나도 건강히 서지 못했고, 사랑을 몰랐기에.. 삐그덕대기 시작했다. 
아니, 그게 당연한거였겠지.



삐그덕대니 다툼이 많아졌다.
그는 다툼을 싫어했고, 나는 다툼을 통해서라도 맞춰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뭐.. 서로의 언어가 달랐던 거겠지만.. 
서로 추구했던건 같은게 아니었을까 싶다.  잘해보려고 했던걸텐데..
한발짝 물러나서 여유를 가지고 생각하면 쉽게 풀렸을 것 같은데..
지금 생각해보니 각자의 생각만을 서로에게 강요했던건 아닌가 싶다.




.... 한참 후, 그로부터 연락이 없었고, 영원할 것 같았던 사람의 마음이 변하는 걸 보았다. 경험했다.

감정의 고갈을 경험하게 되니, 그도 회복할 힘이 없었던 것 같았고,

내가 할 수 있는 마지막 최선을 다하고, 더 이상 잡고 있을 수 없어 그 끈을 놓기로 선택했다. 그를 놓아주었다. 

그리고 첫 연애의 마침표를 찍었다.



그렇게 결혼에 대한 나의 꿈도 함께 날아갔다. 





그리고 이별의 한 분기를 지내고.. 다시 생각해보는 결혼.

'내가 결혼을 할 수는 있을까?'

'결혼이라는건 무얼까?', '내가 그 때 꿈꿨던 결혼은 무엇이었을까?'

'내가 다시 사람을 보고 설레며 신뢰하고 맡길 수 있을까?'

아직은 잘 모르겠다.








그 사람에 대한 생각이 잦아들만 하면 한 번씩 온다.

그 묵직한 마음이 한 번씩 찰랑인다.

오늘은 출근 길에,

언제는 자기 전에,




독한 마음 먹고 모든 SNS는 끊어냈는데.. 난 오늘도 사진첩은 열어보지 못할 것 같다.

지워낼 자신이 없어서, 볼 자신이 없어서,

이젠 그도 내 전화번호를 지우고, 새 시작을 준비하는 것 같던데..

그게 당연한걸 알면서도 섭섭한 마음은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결혼은, 처음보다 좀 더 멀어진 꿈이 된 것 같다.





Posted by 이상한 나라의 엉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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