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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12.02 [이상한 나라의 엉뚱이] 희망의 바람, 10




2012.12.2. 변화와 희망, 

물감이 번지듯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있다.



1. 바람이 분다.


바람이 분다. 바람이 불고 있다. 그리고 이젠 그 바람을 눈으로 본다. 

내 안에 일어나는 바람 하나,

집 안에서 불어오는 바람 하나,



2.  내 안의 바람, 


내가 사랑받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됐다. 아니, 사랑받을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아주 굳게 믿는다. 

나의 그 어떠함 때문이 아닌, 그저 존재 자체만으로도 사랑받을 수 있다는 것. 

그에 대한 확신이.. 이제 어느 정도는 들기 시작하는가보다. 

화선지에 먹이 번지듯, 도화지에 물감이 번지듯.. 서서히 스며들어서 그렇게 변화가 오는가보다.


오늘 여기 저기 아팠다. 그럼에도 잘 버텼다.

분명히 아침에 일어났을 때만해도.. 나는 오늘 최악의 하루를 보낼 것이라 머릿속으로 막장 시나리오를 그렸었는데-

머릿 속 생각과 각본과는 정반대로.. 주일학교 반주와 봉사도 무리없이 잘 끝냈고,

청년모임도, 성가대 모임도, 그리고 목사님과의 면담도.. 모두 무리 없이 잘 끝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엔, 저녁식사를 선물로 받았다. 


분명, 나의 생각대로였다면, 나는 오늘 주일학교 봉사를 하는 내내 우울해야했고,

몸이 아파서 최대한 몸을 사려야 했으며, 청년 모임에서도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 연극도 못해야 했고,

그렇게 그렇게 우울하고 무기력하게 눈물을 펑펑 흘리며 하루를 보냈어야 했는데..


돌아보니.. 아침에 빈속에라도 약을 챙겨먹었고, 

점심 먹고도 약을 챙겨먹었고,

저녁을 먹고도 밥 수저를 놓자마자 약을 챙겨먹었다. (악착같이 먹어서 그런가?^-^;;)

이렇게 단순히 약을 챙겨먹는 거라지만.. 큰 의미에서는 내가 먼저 나를 챙기는 힘이... 생긴 거라 하겠다.


내가 나를 챙기는 것.

내가 나를 사랑하는 힘이 생기면서 올바른 사랑을 알아가고 있다. 

'사랑'을 알아가며 옛 연애를 돌아보니, 그 때.. 나는 없었고, 관계만 있었다.

그래서 실패했던 것 같다. 6년이라는 시간이 흐름에도..

내가 올바로 서 있어야.. 사랑도 가능하다는 것을.. 이제야 배운다.


그나저나.. 어떻게.. 이런 변화가 가능하게 된걸까?

그 바람이... 그렇게 불었나보다. 불고 있나보다. 그저 신기하다.



3. 집 안에서의 바람, 


아빠가 저녁 밥을 먹고 나를 조용히 부르신다. 나는 한껏 긴장하고 거실로 나갔다.

그런데.. 한바탕의 잔소리가 이어질 것이라는 내 생각과는 다르게

그동안 내가 널 너무 버려뒀던 것 같아 미안하다고,

내가 배운 게 없어서 네가 부모의 도움이 필요한 시기에 적절하게 대응하며 키우지 못한 것 같다고..

네가 집에 들어와도 어색하니까 그동안 밤 늦게까지 밖에서 돌았던건 아닐까 생각한다고,

네가 병원에 가는게 아빠는 마음이 너무 아프다고, 그걸 먼저 캐치하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나에게 사과를 하신다.





(뭐 물론, 그러면서 방정리 좀 제대로 해라, 취직은 어디로 할거냐, 너 결혼은 언제할거냐.. 말씀하시긴 했다.

.. 그래도 오늘 대화에서 내가 더 깊게 들은 말은 그게 아니다.)




그 얘기를 듣는 내 눈에선 눈물이 흘렀다.

내가 듣고 싶은 말은 이거였구나.. 아, 이거였구나. 그 말을 내가 내 귀로 듣고 있는거구나. 

나는 가족의 회복을 위해 단 한번도 기도한 적이 없었는데, 포기했었는데.. 

나를 위한 그 누군가의 기도와 간구가.. 이렇게 이루어지는구나.


그동안 밀렸던 얘기를 풀어놓으셨다. 주절주절. 

할아버지의 뇌경색, 할머니와의 관계들, 고모들과의 관계들..

친구 자제들의 결혼 소식, 장례소식.. 본인도 몸이 요새 몸이 많이 안좋아지시면서, 사업이 힘들어지면서

마음이 많이 약해졌는데 그럼에도 그 친구들을 보면서 마음을 단단히 다시 먹게 된다고,



가족사진을 찍고 싶으시단다. 그게 너무 아쉬우시단다. 오빠가 돌아왔으니.. 가족사진 찍으러 가자고.. 하신다.

가족사진 촬영 스튜디오는 내가 알아보고, 날짜도 잡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빠의 10년만의 컴백, 아빠의 변화,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엄마와 관계에의 변화..

내가 변하고, 아빠가 변하니.. 시작되는가보다. 내가 행복해야 가족이 행복해 진다는 말이 맞나보다.

힘이난다. 감사해서 눈물이 난다.


예전 나의 그가 힘들어 했던 나의 가족사, 이제.. 새로 만나는 이에게는(만날지나 모르겠으니..), 

아니 스스로에게 덜 미안하게 됐다.

.. 이게 끝까지 잘.. 열매가 맺혔으면 좋겠다.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느낄 수 있음에 감사하다. 











더 간단하게만 쓰고 자려고 했는데..

쓰다보니.. 내가 원래 쓰려고 했던 일기는 아닌 것도 같고,

생각나는대로 끄적이는 연습이 필요할 것 같다. 

일기도, 바람직하게만 쓰려고 하니 말이다..






Posted by 이상한 나라의 엉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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